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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과 중종

Immortal Music 2020. 12. 11. 16:36 |

 

 

 

 

 

 

눈 앞에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은 죽여버린다
그래야 화가 풀리고 울분이 가신다 이것은 단지 분노의 칼이 아니라 복받치는 섧음의 칼이다
가을날 낙엽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산군의 뇌 속에도 핏줄 하나가 베어져 나갔다
그의 가슴에는 언제나 칼날 반쯤이 박혀 있는 것 같은 아픔이 있었고 통한의 세월을 보냈던 만큼 고통이 있었다
그에게는 일말의 세력도 없었고 측근도 없는 궁지로 몰린 시궁쥐와 같은 신세였다




술에 취하면 칼춤을 추고 반듯이 피를 보아야 마음이 풀렸다
그것은 산군의 울분이었고 분노였으며 왕보다도 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할머니 인수대비에 대한 반항이었다



인수대비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 여성이었고 만백성의 존귀였지만 연산에게 있어선 단지 어머니 폐비 윤 씨를 살해한 원수일뿐이다 그녀의 모음집 내훈을 따르는 자와 전하는 자들은 진시황의 붕서갱유처럼 멸족시켜야 한다
인수대비와 같이 한 궁안에서 살아야 하고 같은 해 아래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은 치욕이었다
연산은 외로운 마음에 오늘도 동생을 부른다~




훗날 중종이 되는 연산의 10살 아래 동생은
술만 먹으면 자기를 부르는 연산에 반 미쳐있었다..
술잔 앞의 모든 생명은 죽여버리는 형이 훗날의 중종에게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일 뿐이다




명나라의 천계제는 황위 계승의 서열에서 벗어나 있던 인물이라
황실 교육은커녕 글도 깨우치지 못한 인물이었다 얼떨결에 황제가 되어 개차반처럼 환관들에게 끝없이 휘둘리다가
젊은 날 요절하고 마는데 그에게 유일한 낙은 대패질 톱질 끌질.. 목공예였다
자신은 배움이 없었지만 측은지심 내시 천하 시대 동생을 보면 안타까웠는지 교육시키는 일에 힘을 쏟아붓는다




그의 동생 훗날 명나라 마지막 황제가 되는 숭정제는 혼신을 다해 환관들을 때려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차
이자성의 난을 막지 못하고 자금성 뒤쪽 작은 산으로 도망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말리는 환관을 때려가면서 급하게 그의 등을 올라타 허리의 천을 나무에 걸고 목숨을 끊음으로 명나라는 막을 내린다
핏줄은 당기는 법이다 자신의 운명을 이미 직감한 천계제가 동생을 챙겼던 것은 세력도 측근도 없는 내시 천하의 시궁쥐 같은 신세를 동생에게는 되물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 연산이 부르는데
가야 하는 동생은 오늘이..... 끝날이거니 생각하면.. 벗어나고 싶고 도망치고 싶지만
조상님들께 절을 하고 동서남북으로 신들께 종묘사직과 태평성대를 빌어본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나를 부른 형 연산군과...
가면 죽는 상황인 동생..
훗날의 중종은 어린 몸을 떨면서 10살 많은 형이 내리는 술잔을 받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래도록 꿇은 두 무릎의 통증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덜덜덜~ 떨 뿐이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힘이 없는 동생을 지켜주고 싶은 형의 마음과
부모보다 더 어려운 형 앞에서 두 무릎을 반듯하게 꿇고 독주 같은 술을 받는 동생의 마음




부룩크너 교향곡 8번에는 연산군의 칼의 분노와 칼의 정의가 있다 
미래에 벌어질 복수극의 대 참극을 천천히 그려 내려가고 있다




1악장에서 와신상담하는 연산군의 처절한 마음처럼 희망도 없이 수십 년간이나 계속되어온 잿빛 하늘을 느끼게 된다
2악장 보위에 올라 천하를 바라보면서 조상님들께 죄가 되지 않도록 심신을 수련하고 만백성의 아버지로 다스림에 최선을 다한다
3악장 외조모를 만나고 어머니의 비극을 알게 된 이후 기나긴 침통의 세월을 이어 나간다
마음을 다잡고 족쇄와 같이 목을 짓누르는 원수에 대해서 참선하는 마음으로 용서로 승화시켜 보지만 광기 어린 몸속의 피는 꿈틀 거린다
4악장 산군이 휘두르는 분노의 칼은 춤을 추고 생명들은 추풍의 낙엽처럼 베어져 나가고 결국 인수대비 마저 쓰러지지만 산군의 마음은 더더욱 고독해지고 직감적으로 운명의 끝을 느끼게 되면서 동생 중종을 부르는 횟수가 점점 더 많아진다 이미 살생을 많이 한 산군은 어머니는 다르지만 동생에게 측은지심이 생겨서 잘해주고 싶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그냥 편하게 편하게~ 편한 마음으로 이 형이 따르는 술잔을 받아라~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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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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