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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5 바흐 마태수난곡 BWV, 244 카라얀


바흐 마태수난곡 BWV, 244
Johann Sebastian Bach ( 1685-1750 )
Concurtor : Herbert von Karajan -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 Berlin National Cathedral Choir
Performer : Dietrich Fischer-Dieskau, Horst Gobel, Wolfgang Meyer, Wolfgang Sebastian Meyer,
Gundula Janowitz, Horst R. Laubenthal, Peter Schreier


<마태 수난곡>이 일종의 “요약”인 것은 연주와 연구 양면에서 수많은 해석가들이 기울인 일생에 걸친 노력 때문만도, 또 바하 자신이 이 작품을 완결되고 변경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만도 아니다. 가장 깊은 뜻에서도 “요약”인 것이, 여러 세기에 걸쳐 수난 장(章)에 붙여진 경건한 음악들 가운데서도 정수라 할 만한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하의 화성적 요구를 염두에 두고 <마태 수난곡>을 연주하면 어떤 선법적 분위기(특히 프리지안 선법으로 된 “Wenn ich einmal soll scheiden(나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만 할 때)”에서)가 은근히 그러나 뚜렷하게 전곡에 스며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고대 교회 선법의 사용으로 수난곡은 과거와 맺어왔다. 그 결과 우리는 바하가 전세대 작곡가들의 유산을 폭넓게 집대성한 이 작품 속에서 중세의 음악, 중세의 믿음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예수의 말에 붙인 음악―이것이 이 작품의 신성불가침의 핵심일텐데―의 모습에서 우리는 훨씬 오랜 과거에 뿌리박은 전통과의 연관을 본다. <마태 수난곡> 또 그밖의 수난곡을 그리 많이 접해 보지 않았다고 할 때 예수의 빛나는 모습을 음악으로 나타내자면 베이스보다 테너가 어울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바하의 <마태 수난곡>에서는 당대의 다른 수난곡들에서처럼 그 반대로 되어 있다. 예수의 말은 베이스로, 오히려 복음사가의 목소리가 테너로 처리되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수난곡의 일천 년 역사에 그 답이 놓여 있다! 로마 카톨릭에서 수난주간의 의전을 이루는 4복음서에 붙인 평성가에 의한 라틴어 수난곡들에서, 각 성부의 상대적 음높이는 가사 위에 문자로 표시되었다. (에를랑엔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10세기의 성구집에 보듯) 매우 초기에도 예수의 말은 낮은 성부로, 복음사가의 진술은 중간 성부로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과 군중의 말이 일반적으로 높은 성부로 되어 있다. 마태와 요한이 증언하는 예수의 수난에 가장 빈번히 음악이 붙여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로마 카톨릭의 수난주간 의전에서 마태의 수난 장(章)은 종려주일에, 마가의 것은 화요일에, 누가의 것이 수요일의, 그리고 요한의 수난장이 성 금요일에 쓰였다. 브루노 슈테블라인에 따르면, 중세 성구집에서는 놀랍게도 마태의 수난장에 연주를 위한 표시들이 가장 널리 나타나고 요한, 마가, 누가의 차례로 줄어드는데, 이는 “마태의 수난장이 주일에, 요한의 수난장이 성 금요일에 쓰인 데 반해 마가와 요한의 것은 일하는 평일에 쓰였다는 사실로써 설명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바하가 <마태 수난곡>에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있는 대로 쏟아부은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여러 세기 동안 수난장에 음악을 붙이는 일은 의전 가운데 성서 구절을 제시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인식되어 왔고, 그런 까닭에 교회 예배에 걸리는 일상 시간을 크게 넘어서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카톨릭에서는 수난주간 동안 기악연주를 금했으므로 이따금, 아주 이례적으로만, 그것도 주로 이탈리아에서만 단선음악(monody, 주선율에 콘티누오 반주가 붙은 것이나)이나 콘체르탄테 음악이 쓰일 수 있을 따름이었다.
 

개신교의 “오라토리오 수난곡”(복음서 텍스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수난과정에 대한 자유로운 시적 묵상에 터잡은 “수난곡 오라토리오”와 구별!)의 발전과정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개신교의 수난곡에는 단선음악과 독주악기의 콘체르탄테를 포함한 일체의 음악 양식들이 자유로이 이용될 수 있었다. 바하의 <마태 수난곡>에 나타나는 풍부한 음악양식들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진화해 온 가능한 음악적 표현수단들의 요약에 가깝다. 바하는 레치타티보 세코와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를 다같이 썼고 코랄을 집어넣었으며 기존 코랄들을 다양하게 편곡해서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수완을 발휘하는 한편 자유로운 코랄 패시지도 만들었다. 바하는 음악적으로 독단주의자가 아니라, 예수를 통해 듣는이들을 은혜로운 하느님께 더 가까이 이끌고 싶어한 신앙심깊은 기독교인이었다. 바하가 사용한 악식 가운데 하나인 다 카포 아리아는 베네치아 오페라에 기원을 둔 것이 뒤에 독일 칸타타와 오라토리오에 도입된 것으로, 비할 데 없이 잘 조화된 기악 반주의 신비적인 다 카포 아리아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나의 구주는 죄 지은 일이 없는데)”(소프라노, 플룻, 두 대의 오보에 다 카치아)와 같은 곡은 낡은 악식에 생기를 불어넣어 전혀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낸 보기가 된다. 위대한 음악에서는 언제나 전통과 진보가 신비한 결합을 보이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뜻에서 바하의 <마태 수난곡>이 완성된 절정이라기보다 음악 발전 전 과정의 요약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바하 자신 속에는 “교회 악장들의 시대”에 중부 독일에서 발휘된 여러 세기 동안의 음악적 장인기질의 절정이라 할 만한 것이 들어 있었다. 음악에 대한 이러한 헌신의 한가운데에 바하 일가가, 누구보다도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가 있는 것이다.
 
 
 
멘델스존의 탐구 성과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마태 수난곡>의 역사적인 재발견은 주로 젊은 펠릭스 멘델스존, 그리고 강력한 후원자 에뒤아르 드브리옝(뒤에 예수 역을 부른다)에 힘입은 것이다. 여기에 다소 어렵게 마지못해하던 쩰터를 설득하여 그의 명성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 히틀러의 제3제국 시대에는 오히려 쩰터의 기여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멘델스존이 유태계라는 사실이 그의 정당한 몫을 빼앗아간 것이다.
 

멘델스존이 지휘한 역사적 연주가 1829년 3월 11일 베를린에서 있었고, 이의 대성공에 힘입어 열흘 뒤, 바하가 아이제나하에서 태어난 1685년 3월 21일에서 꼭 144주년이 되는 날 재공연이 있었다. 재공연에서는 첫 공연을 들은 모든 사람들과 이들의 설명으로 흥미를 느낀 다른 이들을 포함, 베를린의 지식인 계급이 모두 참석했다. 재공연 뒤 쩰터의 집에서 저녁 모임이 있었는데, 좌중의 한 중년 남자가 유난히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데 의아해진 드브리옝의 아내가 옆의 멘델스존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 내 옆에 앉은 이 멍청하게 생긴 남자가 누군가요?”
 

멘델스존이 속삭이듯 대꾸했다.
 

“부인 옆에 앉은 멍청하게 생긴 남자가 유명한 철학자 헤겔입니다.”
 

후의 블로흐, 브레히트, 아도르노 들과는 달리 정말로 헤겔은 <마태 수난곡>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쩰터는 괴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두 번의 공연에 관해 쓰고 있는데, 첫 편지에서는 헤겔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어제[3월 11일] 바하는 참 좋았습니다. 펠릭스[멘델스존]는 확신에 찬, 차분한 지휘자였습니다. 국왕 전하는 물론 대신들도 모두 참석했고, 연주장은 만원이었습니다. ……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갖가지 음악이 훌륭하게, 감동적으로 뒤섞여 주제의 의미가 하나의 개념을 이루고, 시인의 시어 자체도 이 개념에 통합되었습니다. …… 탁월한 극적 진실이…….”
 

쩰터가 1829년 3월 12일에 괴테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헤겔이 언급되는 것은 그 다음 편지에서이다.
 

“여기저기서 요청이 쇄도해 우리는 다시 [3월 21일에] 공연장을 꽉 메운 청중 앞에서 재공연을 가졌습니다. …… 우리 음악가들이 철학에 대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듯, 철학자들도 음악 앞에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 헤겔이 그 보기죠. 대학에서 음악도 연주하는 모양인데, 이번에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이 음악은 신통치 않아. 음악은 상당히 진보했는데, 움직임이 썩 자연스럽지 않군. ……”
 
 
 
프로그램과 비의(秘義)
 

헤겔의 시대 이래 우리의 사상이 “상당히 진보”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진보는 헤겔의 오만한 신념과는 정반대 의미의 것으로, 우리는 바하의 수난곡을 순수하게, 무조건 칭송하게 되었다. 눈썰미있는, 때로 심술궂기까지 한 분석가들은 바하의 이 작품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해독해냈다. 해독된 의미들은 작품의 정수이면서 동시에 해독에 대한 끝없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하 음악에서 소프라노와 알토는 각각 보이 소프라노와 남성 콘트랄토에 의해 불리우며, 테너와 베이스에는 합창에서든 독창에서는 모두 젊은 남자를 썼다. 바하의 관현악 서법도 익이 알려져 있는데, <마태 수난곡>이 두 개의 합창단을 채용하는 구도로 된 것은 아마도 라이프찌히의 성 도마 교회가 두 개의 합창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빈프리트 슈라메크는 1975년 <바하 연감>에 기고한 글에서 “육필 악보의 음역배치에 관한 상세한 고찰”을 통해 <마태 수난곡>이 1736년 라히프찌히 성 니콜라스 교회에서 연주된 것이 사실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마태 수난곡>에 대한 연구들이 사실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듣는이의 감정에, 상상력에, 감수성에 호소하는 이 음악의 힘은 너무나 대단한 것이어서 어떻게든 이 힘의 신비, 그리고 이렇듯 음악이 가슴을 어루만지는 까닭을 드러내고야 말겠다는 기상천외의, 때로 신비주의적이기까지 한 발상들을 유발했다. 언뜻 눈에 보이는 극음악적 외피(이로 하여 다른 수난곡들과 마찬가지로 <마태 수난곡>은 근대 방송국의 선구자가 된다) 뒤에 복잡한 상징적 연상들이 숨어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랄들에서, 또 “떨리는” 심장을 묘사한 부분들에서 볼 수 있는 텍스트의 부분부분들에 대한 극적이고 눈에 보이는 듯한 해석, 그리고 틀림없이 프로그램 음악이라 할 수 있는 바하의 서법―이 모든 것들을 연주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예컨대 예수가 제자들 가운데 하나가 자기를 배반할 것임을 예고한 뒤 “Herrr, bin ich’s, bin ichs’(주여 그것이 내니이까)”라는 가사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는 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물음은 모두 열한 번 나온다. 열하나―열두 제자들 가운데 하나가 예수를 파는 자이며, 나머지 열한 명은 이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세한 프로그램은 시사해주는 바 많으며, 틀림없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마태 수난곡>에는 11이라는 운명의 숫자가 뚜렷한 뜻을 띠고 쓰이는 부분이 몇 군데 더 있다. 예컨대 ‘해리 한’은 수난과 22라는 숫자 사이의 연관을 조명하면서 이렇게 결론내리고 있다. “시편 제22편은 예수 고난의 시편이다. 빌헬름 베르커의 연구에서 보듯, 그래서 바하도 예수의 노래를 스물두 번 집어넣고 있다.” 이 정도에까지 이르면 가히 수학의 횡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숫자들(특히 3, 7, 그리고 이것들의 배수)에 붙어 있는 종교적 함의(含意) 때문에 의미있는 조합의 가능성은 풍부해진다. 위의 한의 결론과 같은 것은 설득력이 거의 없는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요한 수난곡>도 마찬가지이지만) <마태 수난곡>이 모두 6부로 나뉘어 체계적인 연관된 조성과 “부분들 사이의 균형”을 띠도록 고안되어 있다는 점(H. J. 모저), 바하가 (당시에는 금지되어 있던) 연속 5도나 “음악 속의 악마”라던 증4도를 써서 그릇된 것, 악한 것에의 연상을 일깨우려 했다는 점 따위는 반박할 수 없는 것들이다.
 

바하의 음구조적 사고의 힘, 가장 세세한 구석까지 미치는 바하의 손길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 피칸더의 대본은 그의 문학작품 모음의 일부로 집필되자마자 출간을 보았는데, 우리는 바하가 작곡가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대본 편집자의 입장에서까지 피칸더의 작품을 대했음을 알 수 있다. 바하는 피칸더의 노랫말에 음악적으로 의미있는 변경을 가해 예컨대 “unseliges Golgatha”는 “unselges Golgatha(저주받은 골고다)”로, “der Seele Ruhstatt sein”은 “der Seelen Ruhstatt sein”으로 바꾸었다(뒤의 경우 단수를 복수로 바꾼 것은 바하가 대본작가 자신의 영혼뿐 아니라 “인간 영혼” 모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뒤에 바하의 사위인 알트니콜이 <마태 수난곡> 초창기 악보를 사보하여 펴냈는데, 여기에는 바하가 사소한 부분에까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알프레드 뒤르가 알트니콜은 때로 “전혀 엉뚱한 가사”를 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적확하다. 예컨대 “bindet nicht”라 해야 할 것을 “Haltet, bindet ich”(뒤에 다른 사람에 의해 정정됨)로, “in Tigerklauen”라 해야 할 것을 “Ach, mein Lamm, mein Tigerklauen(아아! 호랑이 발톱에 걸린 어린 양이여)”(끝내 정정되지 않음)로 적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해석의 한계
 

바하의 수난곡들에 허용되는 해석의 자유는 다른 음악이나 극작품들에 비해 훨씬 제약된다. 수난곡은 지휘하고 부르기 위한 것, 말하자면 “연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인 해석의 자유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어떤 것을 진짜 악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제기된다. 바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합창단을 염두에 두고 곡을 썼는데 이것을 19세기 후반 식의 대규모 합창단더러 부르라 할 수 있을까? 바하의 역사적 위치, 한편으로 오늘날의 연주양식 변화, 19세기와 20세기의 발전에 영향받은 우리의 청취양식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런 물음에는 명쾌한 대답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의 해결이 혹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대조적 요소들의 조화에 의하여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해석의 자유란 대체 어떤 것인가? 예컨대 시작 합창의 고동치는 현악기 리듬이 죄에 묶인, 그래서 구속을 희구하는 인간의 격렬한 심장의 고동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또는 그런 해석도 가능한가)? 묵상하는 영혼이 문득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한다는 점에서, 제자들이 자기들 가운데 누가 예수를 팔 것인가 묻는 극적 메시지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정적이 흐른 뒤 코랄이 “Ich bin’s, ich sollte bussen (그것인 나입니다)”라고 기어들며 응답하는 것에는 틀림없이 어떤 뜻이 담겨 있다(에른스트 블로흐는 ?음악미학?에서 이 독특한 순간을 그렇게 해석한 바 있다). 또 뒤에 베르크가 <보쩨크>에서 크랬듯이 바하도 다 장조를 추악한 것, 특히 돈과 연관지워 사용했다는 데도 마찬가지로 의문의 여지가 없다. <마태 수난곡>에서, 화려한 트릴로 장식된 빈정대는 합창 “Andern hat er geholfen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에 나오는 다 장조 종지는 “so wollen wir ihm glauben (지금 십자가에 내려올지어다)”이라는 반어적 가사에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식의 새로운 연상들을 발견해내고 이에 신빙성을 더하는 데만도 일생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면서도 바하의 <마태 수난곡>, 음악에 의한 믿음의 최상의 이 표현물은, 흔히 위대한 예술작품의 수준과 풍부함의 상징인 넓은 범위의 상반된 해석가능성에 아무런 제약도 가하지 않는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몇 년 동안 연구한 사람이라면 리어 왕을 (완고하기는 할망정) 운명에 얻어맞은 선한 왕으로, 어떤 때는 불쌍한 인물로 보다가도 어떤 때는 전제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버지로 볼 것이다. 파우스트 또한 한편으로는 이상주의자로, 또 한편으로는 인간에 허용되지 않은 지식에의 갈망으로 하여 악마의 유혹에 빠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도의 해석의 자유를 바하의 <마태 수난곡>이 적용하는 것은 어쩌면 주제의 세속화일 수도 있다. 수난 줄거리 자체가 (아나톨 프랑스나 헤밍웨이 등) 많은 위대한 작가들에 의해 제각각으로 해석되기는 했다. 또 그래서 안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바하 수난곡의 해석자라면 모름지기 등장인물들 사이의 묘사된 관계에 변경을 가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태 수난곡>이 “복음사가 성 마태에 의한” 수난장으로 이해, 연주되는 한 그러하다.
 

그 결과 수정가능성, 참신한 해설은 언제나 “무엇을”보다 “어떻게”에만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이 “어떻게”의 물음은 주제(변할 수 없는 복음사가의 정체감을 유지하고 있다)와 분리하여 순수하고 미적 으뜸 요소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아무런 긴장 없이 체바퀴 돌듯 건성으로 작품을 되풀이 연주할 위험이 생겨난다.
 

이 위험을 피할 방법은 단 하나이다. 연주가들이 바하가 요구하는 수준의 예술적 진리에 직접 대응할, 또 엉뚱한 것을 참지 못하는 음악적 경건함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령 축제적 분위기 속에서 연주를 거듭한다고치더라도 음악의 깊이를 마치 제2의 본성에 따르듯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듣는이들의 몫은 무엇일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태 수난곡>에 대한 체험도 바뀐다. 처음 듣고서는 극적인 합창, “Barabbam (바라바로소이다)”라는 외침에서의 거친 증4도 화음, 화려함이 억제된 음화(音畵)와도 같은 코랄들, “Wahrlich, diser ist Gottes Sohn gewesen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는 선언에서 속세를 떠난 듯한 숭고함에 매료된다.
 

이러한 순간들의 힘이란 결코 줄어들지 않는 것이지만, 아리아들과 이들의 의미심장한 반주 텍스츄어의 아름다움 또한 감수성이 예민한 정신을 차츰차츰 사로잡는다. 오늘날 청자들을 가장 완벽히 사로잡을 마지막 요소는 아마도, 도대체 누구의 입장에서 바하가 이 수난곡, 복음사가의 서술적 레치타티보를 썼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최근에는 심지어 복음사가 역은 빼어버려야 마땅하다는 터무니없는 의견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바하가 이 엄청난 이야기를 얼마나 정교하게 꾸며 내놓고 있는가를 우리는 곧 느끼고 이해하게 된다(프로파간다 문제에 골몰한 베르톨트 브레히트도 이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모든 일을 목격한 복음사가가 어떻게 구주의 고난에 동참하기 시작하는가, 현악기의 빛나는 후광에 둘러싸인 예수의 기품있는 목소리가 어떻게 부각되는가(다만, 예수가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절망하여 “Mein Gott, mein Gott, warum hast du mich verlassen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이라 부르짖을 때 현악합주의 빛나는 음색이 사라지고 죽어가는 구세주만이 남아 있는 것은 예외)를 우리는 차츰 느끼게 된다.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면서 우리는 이 작품의 악보가 담고 있는 놀라운 면모들을 깨닫게 된다. 우리를 차츰 성숙하게 하는 음악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마태 수난곡>, 바하의 이 진행중인 작품, 영원하고도 숭고한 도전은 우리가 성숙해서 다다라야 할 어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그 깊이를 완전히 측량할 수 없다.

Bach Matthaus Passion BWV, 244
Concurtor : Herbert von Karajan -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 Berlin National Cathedral Choir
Performer : Dietrich Fischer-Dieskau, Horst Gobel, Wolfgang Meyer, Wolfgang Sebastian Meyer,
Gundula Janowitz, Horst R. Laubenthal, Peter Schreier

전곡 Play
  1. 01 Chor- Kommt, ihr T_hter, helft mir klagen mit Choral-.mp3
  2. 02 Da Jesus diese Rede vollendet hatte.mp3
  3. 03 Choral- Herzliebster Jesu, was hast du verbrochen.mp3
  4. 04 Rezitativ- Da nun Jesus war zu Bethanien.mp3
  5. 05 Rezitativ- Da das Jesus merkete.mp3
  6. 06 Rezitativ- Du lieber Heiland du.mp3
  7. 07 Arie- Bu_und Reu.mp3
  8. 08 Rezitativ- Da ging hin der Zw_fen einer.mp3
  9. 09 Arie- Blute nur, du liebes Herz.mp3
  10. 10 Rezitativ- Aber am ersten Tage der s廻en Brot.mp3
  11. 11 Rezitativ- Er sprach- Gehet hin.mp3
  12. 12 Choral- Ich bin's, ich sollte b廻en.mp3
  13. 13 Rezitativ- Er antwortete und sprach.mp3
  14. 14 Wiewohl mein Herz in Tr_en schwimmt.mp3
  15. 15 Arie- Ich will dir mein Herze schenken.mp3
  16. 16 Und da sie den Lobgesang gesporochen hatten.mp3
  17. 17 Choral- Erkenne mich, mein H_er.mp3
  18. 18 Rezitativ- Petrus aber antwortete.mp3
  19. 19 Choral- Ich will hier bei dir stehen.mp3
  20. 20 Rezitativ- Da kam Jesus mit ihnen zu einem Hofe.mp3
  21. 21 O Schmerz mit Choral- Was ist die Ursach solcher Plagen.mp3
  22. 22 Ich will bei meinem Jesu wachen mit.mp3
  23. 23 Rezitativ- Und ging hin ein wenig.mp3
  24. 24 Matth_spassion (St. Matthew Passion), BWV 244_ Part 1, I.mp3
  25. 25 Arie- Gerne will ich mich bequemen.mp3
  26. 26 Rezitativ- Und er kam zu seinen J_gern.mp3
  27. 27 Choral- Was mein Gott will, das g'scheh allzeit.mp3
  28. 28 Rezitativ- Und er kam und fand sie aber schlafend.mp3
  29. 29 Duet-Chor- La_ ihn, haltet, bindet nicht.mp3
  30. 30 Rezitativ- Und siehe, einer aus denen.mp3
  31. 31 Choral- O Mensch, bewein dein S_de gro.mp3
  32. 32 Arie- Ach, nun ist mein Jesus hin.mp3
  33. 33 Rezitativ- Die aber Jesum gegriffen hatten.mp3
  34. 34 Choral- Mir hat die Welt tr_lich gerich'.mp3
  35. 35 Matth_spassion (St. Matthew P.mp3
  36. 36 Rezitativ- Mein Jesus schweigt.mp3
  37. 37 Arie Gedult! Wenn mich falsche Zungen stechen.mp3
  38. 38 Rezitativ- Und der Hohepriester antwortete.mp3
  39. 39 Rezitativ- Da speieten sie aus.mp3
  40. 40 Choral- Wer hat dich so geschlagen.mp3
  41. 41 Rezitativ- Chor- Wahslich, du bist auch einer von denen.mp3
  42. 42 Arie- Erbarme dich, mein Gott.mp3
  43. 43 Choral- Bin ich gleich von dir gewichen.mp3
  44. 44 Rexitativ - Der Morgens aber hielten alle Hohenpriester.mp3
  45. 45 Arie- Gebt mir meinem Jesum wieder.mp3
  46. 46 Rezitativ- Sie hielten aber einem Rat.mp3
  47. 47 Choral- Befiehl du deine Wege.mp3
  48. 48 Rezitativ- Auf das Fest aber hatte.mp3
  49. 49 Choral- Wie wunderbarlich ist doch diese Strafe.mp3
  50. 50 Rezitativ- Der Landpfleger sagte.mp3
  51. 51 Rezitativ- Er hat uns allen wohlgetan.mp3
  52. 52 Arie-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mp3
  53. 53 Rezitativ- Sie schrieen aber noch mehr.mp3
  54. 54 Rezitativ- Erbarm es Gott.mp3
  55. 55 Arie- K_nen Tr_en meiner Wangen.mp3
  56. 56 Da nahmen die Kriegsknechte.mp3
  57. 57 Choral- O Haupt voll Blut und Wuden.mp3
  58. 58 Rezitativ- Und da sie ihn verspottet hatten.mp3
  59. 59 Rezitativ- Ja freilich will in uns das Fleisch und Blut.mp3
  60. 60 Arie- Komm, s廻es Kreuz.mp3
  61. 61 Rezitativ- Und da sie an die St_te kamen.mp3
  62. 62 Rezitativ- Desgleichen schm_eten ihn auch die M_der.mp3
  63. 63 Rezitativ- Ach, Golgatha.mp3
  64. 64 Arie- Sehet, Jesus hat die Hand mit Chor- Wohin-.mp3
  65. 65 Rezitativ- Und von der sechsten Stunde an.mp3
  66. 66 Choral- Wenn ich einmal soll scheiden.mp3
  67. 67 Rezitativ- Und siehe da.mp3
  68. 68 Rezitativ- Und es waren viel Weiber da.mp3
  69. 69 Arie- mache dich, mein Herze, rein.mp3
  70. 70 Und Joseph nahm den Leib.mp3
  71. 71 Rezitativ- Nun ist der Herr zur Ruh gebracht mit.mp3
  72. 72 Matth_spassion (St. Matthew Passion), BWV 244_ Part 2, T.mp3
 
01.   Chor- Kommt, ihr T_hter, helft mir klagen mit Choral
02.   Da Jesus diese Rede vollendet hatte
03.   Choral- Herzliebster Jesu, was hast du verbrochen
04.   Rezitativ- Da nun Jesus war zu Bethanien
05.   Rezitativ- Da das Jesus merkete
06.   Rezitativ- Du lieber Heiland du
07.   Arie- Bu_und Reu
08.   Rezitativ- Da ging hin der Zw_fen einer
09.   Arie- Blute nur, du liebes Herz
10.   Rezitativ- Aber am ersten Tage der
11.   Rezitativ- Er sprach- Gehet hin
12.   Rezitativ- Er antwortete und sprach
13.   Choral- Ich bin's, ich sollte
14.   Wiewohl mein Herz in Tr_en schwimmt
15.   Arie- Ich will dir mein Herze schenken
16.   Und da sie den Lobgesang gesporochen hatten
17.   Choral- Erkenne mich, mein H_er
18.   Rezitativ- Petrus aber antwortete
19.   Choral- Ich will hier bei dir stehen
20.   Rezitativ- Da kam Jesus mit ihnen zu einem Hofe
21.   O Schmerz mit Choral- Was ist die Ursach solcher Plagen
22.   Ich will bei meinem Jesu wachen mit
23.   Rezitativ- Und ging hin ein wenig
24.   BWV 244_ Part 1, In Gethsemane_ Der Heiland f_lt vor
25.   Arie- Gerne will ich mich bequemen
26.   Rezitativ- Und er kam zu seinen J_gern
27.   Choral- Was mein Gott will, das g'scheh allzeit
28.   Rezitativ- Und er kam und fand sie aber schlafend
29.   Duet-Chor- La_ ihn, haltet, bindet nicht.
30.   Rezitativ- Und siehe, einer aus denen
31.   Choral- O Mensch, bewein dein S_de gro
32.   Arie- Ach, nun ist mein Jesus hin
33.   Rezitativ- Die aber Jesum gegriffen hatten
34.   Choral- Mir hat die Welt tr_lich gerich
35.   Matth_spassion (St. Matthew P
36.   Rezitativ- Mein Jesus schweigt
37.   Arie Gedult! Wenn mich falsche Zungen stechen
38.   Rezitativ- Und der Hohepriester antwortete
39.   Rezitativ- Da speieten sie aus
40.   Choral- Wer hat dich so geschlagen
41.   Rezitativ- Chor- Wahslich, du bist auch einer von denen
42.   Arie- Erbarme dich, mein Gott
43.   Choral- Bin ich gleich von dir gewichen
44.   Rexitativ - Der Morgens aber hielten alle Hohenpriester
45.   Arie- Gebt mir meinem Jesum wieder
46.   Rezitativ- Sie hielten aber einem Rat
47.   Choral- Befiehl du deine Wege
48.   Rezitativ- Auf das Fest aber hatte
49.   Choral- Wie wunderbarlich ist doch diese Strafe
50.   Rezitativ- Der Landpfleger sagte
51.   Rezitativ- Er hat uns allen wohlgetan
52.   Arie-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
53.   Rezitativ- Sie schrieen aber noch mehr
54.   Rezitativ- Erbarm es Gott
55.   Arie- K_nen Tr_en meiner Wangen
56.   Da nahmen die Kriegsknechte
57.   Choral- O Haupt voll Blut und Wuden
58.   Rezitativ- Und da sie ihn verspottet hatten
59.   Rezitativ- Ja freilich will in uns das Fleisch und Blut
60.   Arie- Komm
61.   Rezitativ- Und da sie an die St_te kamen
62.   Rezitativ- Desgleichen schm_eten ihn auch die M_der
63.   Rezitativ- Ach, Golgatha
64.   Arie- Sehet, Jesus hat die Hand mit Chor- Wohin
65.   Rezitativ- Und von der sechsten Stunde an
66.   Choral- Wenn ich einmal soll scheiden
67.   Rezitativ- Und siehe da
68.   Rezitativ- Und es waren viel Weiber da
69.   Arie- mache dich, mein Herze, rein
70.   Und Joseph nahm den Leib
71.   Rezitativ- Nun ist der Herr zur Ruh gebracht mit
72.   BWV 244_ Part 2, The Interment_ Chor_ Wir setzen uns mit Tr_en nie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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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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