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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9 멘델스존 현악4중주 6번 in F major op, 80

멘델스존 현악4중주 6번 in F major op, 80
Felix Mendelssohn ( 1809-11847 )
Music Player : Hagen Quartett


멘델스죤 - 오해와 편견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세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학계에서는 한때 흥선대원군이 그런 유행을 탔다가 요즘은 고종에 대한 재평가가 봇물처럼 쏫아져 나와 고종 죽이기와 고종 살리기 진영이 팽팽히 겨루고 있다. 음악계도 마찬가지인데 카라얀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카라얀은 살아있을 때 음악의 황제이자 최고의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게중에 음악을 너무 상업화했다, 음악이 너무 조탁이 심해 자발성이 없어졌다 등의 순음악적 비판에서 부터 과거에 청년나찌였는데 확실한 죄값을 치르지 않고 복귀했다는 역사적인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살아있을 때는 그런 비판은 옥에 티도 아니었다. 사실 진짜 나찌에 자발적으로 충성하고 깊이 관여한 사람은 칼 뵘이었는 그는 오히려 법학자 출신의 엄격한 해석이니 하는 등의  말도 안되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다 카라얀이 죽자 그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그가 지휘한 음반, 특히 LP는 그야 말로 가격이 말도 안되게 떨어지고 있어도 가져가지 않는 그런 똥판에 해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1990년대에는 누가 카라얀을 좋아한다고 하면 일부 애호가 사이에서는 그건 "저 음악 초심자입니다"라는 말로 통했다. 살아 생전에는 좀 과한 평가를 받다가 사후에는 그 반작용으로 심한 박대를 받던 카라얀은 요즘에 와서야 순예술적인 올바른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도 역사적 평가에 우여곡절이 많은데 100년 200년 전 인물에 대한 평가는 말할 것도 없다. 과거의 인물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시대의 미학적 취향과 요구에 따라 부침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하늘이 내린 음악의 천재로 추앙받는 모짤트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베토벤의 열정과 추진력을 갖추지 못한, 베토벤이라는 헤라클레스가 올 수 있는 길을 닦는 데 불과한 프로메테우스로 평가절하되었다.


그 반대로 베토벤, 하이든, 바흐와 더불어 독일음악의 거장으로 추앙받다가 나찌의 등장과 함께 몰락하여 현재까지 완벽한 복권이 안된 작곡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멘델스죤이다. 이런 현상엔 내재적, 외부적 요인이 다 작용했다.


워낙 유복한 집안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 부터 괴테 등의 최고의 명사와 교유하고 영향을 주고 받았을 정도의 "교양인"이었다. 즉 음악가 이전에 최고의 상류층이었다는 의미이다. 38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하기 까지 그의 삶엔, 대중의 주목을 확 끌만한 어떤 한방이 없었다. 즉 드라마가 없었다.


그의 음악 역시 대부분 밝고 균형적이고 온화하다. 질풍노도의 낭만주의 시대에 이런 죄악도 없다! 파란만장한 삶도 없고 음악 역시 고전적이니 이를 어찌 현대의 대중이 환호할 수 있겠는가.  외부적 요인은 다 알다시피 나찌와 히틀러의 등장이었다. 유태계 음악인 중 멘델스죤과 말러가 가장 피해가 컸다.


종전후에 베를린 필을 이끌고 말러를 지휘한 바비롤리는 독일의 작곡가 말러를 독일인에게 새로 갈켜줘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말러는 오디오의 발달과 음향을 탐닉하는 애호가의 성향과 작품의 세기말적인 음울한 분위기가 지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본래 가치 보다 과대하게 대접받고 있지만 멘델스죤의 완전한 재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그의 곡 중에서도 가장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가장 핵심이 되고 후대에 까지 영향을 준 부분이 현악사중주라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내용이 깊고 혁신적이지만 또 가장 알려져 있지 않은 현악사중주가 바로 그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6번 F단조(OP80)이다.


1847년 5월 12일  누이  Fanny의 부음을 듣고 멘델스죤은 머리를 후려치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어 한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그는 이 때 받는 정서적 충격과 비탄을 현악사중주에 담아내는데 바로 현악사중주 6번이다. 따라서 이곡은 가끔은 Fanny requiem이라고도 호칭된다.


4악장 구조로 외부적으로는 특이한 구석이 없지만 1악장 첫음 부터 우리를 놀라움에 빠뜨린다. 강력한 트렐몰로의 총주와 절규하는 듯한 1바이올린의 선율은 강력한 분노와 받아들일 수 없음을 표현한다. 분노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전 악기에 통짜로 실려나오는데 아름다운 노래는 찾아볼 수 없이 조각난 1주제와 첼로의 페달포인트와 기괴한 땅김음의 2주제가 변변한 경과부도 없이 나온다.


선율이 모티브가 아니라 리듬과 음 덩어리가 사실상의 모티브가 되는 악장으로 이게 과연 멘델스죤인가 할 정도이다. 전개부에는 대위법이 구사되는데 베토벤이 연상된다. 언제 재현부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갔다가 분노의 프레스토로 끝을 맺는다. 2악장 스케르죠 역시 공포와 분노, 흥분이 분절화되고 뭉쳐진 음형을 타고 표현되는데 쉴 틈이 없다.


3악장에 가서야 분노와 공포의 감정이 슬픔으로 녹아 떨어지는데 다리 절며 절며 가며 외로히 눈물 훔치고 있는 멘델스죤의 비탄이 눈앞에 보인다. 인생이 어차피 꿈이 아니더냐. 너무 일찍 날로 들어나 인생의 허망함 앞에 울고 있는 멘델스죤. 1악장보다 강렬한 파토스가 실린 4악장은 뚜렷한 주제 선율 없이 모든 악기가 유니즌으로 리듬주제와 동기를 연주하는데 단호하고 결연하다. 아마 그는 끝을 보았을 것이다. 1개월 후 멘델스죤은 38세의 아까운 나이로 눈을 감았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곡이라 연주도 많지 않다. 그런데 다행히 그의 현악사중주 전곡을 녹음한 LP가 있다. Melos 현악사중주단의 연주(DG, 4LP, stereo, 2740267)로 역동적이고 싱그럽고 강렬하다. 특히 6번 곡의 연주가 훌륭한데 강력한 폭풍의 정서(emotional turmoil)를 십분 잘 표현하고 있다.


멘델스죤이 단지 여성적이고 우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CD시대에는 라이프찌히 현악사중주단의 연주가 최고의 연주같다(MDG, 5CD, 307 1571-2). 전자는 1바이올린이 주도적이고 더 감정적이고 후자는 모든 성부의 대위법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 서로 보완적이다.



Mendelssohn String Quintet No.6 in F  major op, 80
Music Player : The English String Quar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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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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