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  in C sharp minor, Op.131
Ludwig van Beethoven ( 1770-1827 )  ( Amadeus Quartet )
Amadeus Quartet

베토벤의 창작 시기를 크게 3기로 구분 할 때 그 마지막 시기는, 그가 완전히 귀가 멀고, 32곡에 달하는 피아노 소나타를 모두 완성한 때를 기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그의 작업은 길고 더디게 그리고 아주 어렵게 이루어져 거의 몇 개 안되는 대작만이 이시기에 작곡되어져 나왔습니다. 1819년에서 1823년 사이에는 <장엄미사>와 <디아벨리 변주곡집>이 1820년에서 1822년 중에는 피아노 소나타의 마지막 세 곡(작품 109~111)과 피아노 바가텔(작품119)이 만들어졌습니다. 1823년에서 1824년 사이엔 마지막 교향곡과 바가텔(작품126)이 나왔다. 이때의 바가텔로서 그의 피아노곡의 작곡은 끝이 난 셈입니다.
현악 사중주곡의 경우 베토벤은 거의 모든 시기에 골고루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장르에서의 시대구분은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나누어집니다. 우선 초기의 사중주곡으로는 작품 18의 6곡이 해당됩니다. 중기의 사중주곡으로는 <라주모프스키> 사중주곡으로 불리는 작품 59의 3곡과 작품74의 <하프>, 그리고 작품95의 <세리오소>가 해당됩니다. 베토벤은 이 <세리오소> 사중주곡을 끝낸 후 7년간이나 현악 사중주곡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 긴 공백을 깨고 나온 것이 1817년의 D장조 푸가(현악 사중주양식)를 비롯한 다섯곡의 위대한 후기 사중주곡들입니다.
베토벤이 그의 생애 마지막 열정을 다 쏟아 만든 그의 후기 현악 사중주곡들은 이 분야의 최고봉에 놓일만한 찬란함을 지지고 있습니다. 거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최악의 상태에서 작곡되었음에도 작곡가 만년의 원숙함과 깊은 묵상이 뛰어난 음악으로 맺어진 이 사중주곡들이야 말로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만들어낸 가장 빛나는 꽃일지도 모릅니다. 후기 현악 사중주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127은 요제프 커만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정의 금자탑’이라 했던 곡으로, 1824년 갈리친(Galitzin) 공작의 의뢰로 작곡되었습니다. 이어 작품번호는 더 뒤쪽이지만 작품127과 같은 시기에 구상된 것으로 밝혀진 작품132, 그리고 작품130의 사중주곡이 1825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이들 세 곡은 모두 갈리친 공작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작품131과 작품135는 1826년에 작곡되었습니다.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쓴 현악 사중주곡은 1826년 말에 마무리 지은 작품130의 피날레 악장이고, 그 후로는 현악 오중주곡과 다른 몇몇의 스케치가 있을 뿐입니다.
현악 사중주곡 제14번 c#단조를 그는 작품130을 완성하자마자 곧바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1826년 5월 20일 베토벤은 이 곡이 완성되었다면서 출판업자 쇼트(Schott)에게 곡의 출판을 제의했습니다. 쇼트는 80두카(ducat)로 이를 즉시 수락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완성은 그해 9월까지 지연되었고, 출판은 다음해인 1827년 6월에 되어서야 이루어졌습니다.
이 c#단조 사중주곡은 여러면에서 세개의 <갈리친 사중주곡> (작품127, 132, 130)에 대한 ‘결론’처럼 보입니다. 작품132와 <대 푸가>의 모티브와 직결되면서, <대 푸가>로부터 마지막 사중주곡에 이르기까지의 푸가와 소나타 원칙을 종합, 확대, 변형시킨 것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7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곡의 형식은 모든 사중주곡 중 가장 복잡하고 풍부 할 뿐더러 모티브의 결합은 이전에 만들어진 그 어떤 곡보다도 출중합니다.
사실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들은 점차 복잡한 형식으로 변화했습니다. 즉 작품127이 4악장으로 쓰여진 데 비해 작품132는 5악장, 작품130은 6악장, 그리고 작품131은 7악장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쉬지 않고 이어서 연주하도록 되어 있는 작품 131의 7개 악장은 형식과 모티브와 아이디어가 악장간 긴밀하게 짜여지는 동시에 작품132나 130,133과도 여러면에서 연관성을 갖습니다.
c#단조와 D장조로 된 이 곡의 첫 두개 악장은 모티브를 포함하는 ‘푸가’와 ‘소나타 악장’으로 구성됩니다. 비록 도입부분에서만 한정되긴 해도 여기엔 작품133<대 푸가>의 모티브도 들어있다. 악장 전형의 파기, 폴리포니와 호모포니(polyphony-homophony)의 대비, 그리고 ‘몰토 에스프레시보’(표정을 풍부히)에서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매우 빠르고 생기있게)에 이르는 표현의 이동 등으로 인해 곡의 음조는 극도의 긴장을 유지합니다.
서로 대조되는 원리나 수법의 혼합은 이어지는 각 악장속에서 각각 고립된 유형으로 구별되어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3악장은 자유형식에 의한 종지의 표본이며, 모든 면에서 이 곡의 핵이라 할 수 있는 4악장은 베토벤이 애용하던 변주양식과 어법을 도입한 예입니다. 5악장은 서로 다른 형식을 하나로 결합하는 기교가 1,2악장에서보다 훨씬 더 강조된 악장으로, 그 주제나 종지가 스케르초와 거의 흡사합니다. 론도는 이 악장과 대립되는 형식이라 할 수 있음에도 여기서 첫 악장의 푸가 주제로 차근차근 접근해 가는 과정의 에피소드는 론도 주제의 변주곡들입니다. 6악장은 피날레를 유도해내는 기능을 하면서, 곡의 1악장과 작품130에서 쓰였던 카바티나를 거의 알아 챌 수 없을 만큼 해체시켜 다시 한번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피날레 악장은 1악장의 푸가 주제를 다시 등장시키면서 호모폴리와 폴리포니, 모티브의 악장간 결합과 작품간의 관련, 스케르초의 종지와 피날레의 종지 등 앞의 악장들과 <대 푸가>에 나왔던 특징들을 한꺼번에 암시합니다. 결국 이 곡의 피날레는 c#단조 사중주곡 전 악장의 요약인 동시에 작품127로부터 발전해온 베토벤 후기 현악 사중주곡들의 요약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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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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