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진혼곡 in B-flat minor op, 89
Antonin Dvorak ( 1841-1904 )
Conductor : Istvan Kertesz ( London Symphony Orchestra )
Performer : Nicholas Cleobury, Pilar Lorengar, Alan Byers, Robert Ilosfalvy


제목 : [레퀴엠의 세계] REQUIEM
   모든 생명 앞에 바쳐진 영원한 안식과 평화와 위로
 
   박정준 / 음악 칼럼니스트
 
   죽음·슬픔·영화 ‘아마데우스’. 진혼곡…. ‘레퀴엠’이라는
 단어를 듣고 금방 연상될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원래 라틴어인 레퀴엠
 (Requiem)은 본래 ‘안식’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레퀴엠이라는 단어가 장송곡을 뜻하는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을까?
 
   가톨릭 미사 중에서 위령 미사, 그 중에서 장례 미사의 기도문을
 보자. 가장 처음에 놓이는 입당송(Introi tus)의 첫 문장은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이다. 그 첫
 단어인 ‘Requiem’만을 따거나 ‘레퀴엠 미사’라고 하여 ‘죽은 자를
 위한 미사’(Missa pro defunctis)를 통칭했고, 그 습관이 굳어져
 레퀴엠이라는 단어가 진혼 미사를 뜻하게 된 것이다.
 
   레퀴엠의 구성과 역사
 
   레퀴엠은 원래가 미사의 한 모습이므로 그 구성을 알려면 미사의
 구성을 알아야 한다. 음악 형식으로서의 미사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다섯 부분의 통상문(Ordinarium)을 그 가사로 한다.
 키리에·글로리아·크레도·상투스-베네딕투스·아뉴스 데이가
 그것이다. 그와 비교해 음악 형식으로서의 레퀴엠 미사는 전례 미사의
 기도문인 고유문(Properium)을 거의 모두 가사로 쓰기 때문에 더
 확장된 모습을 가지게 된다.
 
   레퀴엠은 미사 고유문인 입당송(Introitus), 층계송(Graduale), 연송
 (Sequentia), 봉헌송(Offertorium), 성체배례송(Communion)의
 전례문들을 포함하게 되고, 그 대신에 통상문의 글로리아와 크레도는
 제외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되면 미사의 진행 순서에 따라
 인트로이투스·키리에·그라두알레·세쿠엔티아·오페르토리움·상투스
 -베네딕투스·아뉴스 데이·코뮤니온의 구성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코뮤니온 뒤에 ‘리베라 메’(나를 자유롭게 하소서)나 ‘인
 파라디줌’(천국에서)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작곡가의 선택에
 따라 그 구성은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교회 음악
 작곡가인 호앙 카레롤스의 ‘죽은 자를 위한 미사’(1680년경)는
 이러한 레퀴엠의 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이다.
 

   가장 오래된 다성 음악에 의한 레퀴엠은 중세 작곡가인 뒤파이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뒤로 오케켐과 브루멜·피에르 드 라뤼
 등의 레퀴엠이 뒤따른다. 1563년에 끝난 트랜트 종교회의에서는 미사
 음악에 입당송의 가사 ‘레퀴엠 아에테르남…’과 연송의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를 쓰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한다. 그리하여
 음악의 르네상스기로 볼 수 있는 1620년까지 약 70여 개의 레퀴엠이
 작곡된다. 이때까지 작곡된 레퀴엠들은 기악 반주가 없는 아 카펠라
 스타일의 다성 음악이었다.
 
   바로크 시대로 넘어가면 교회 성악곡과 기악의 발달과 더불어 기악
 반주가 첨가된 레퀴엠들이 활발히 만들어지게 된다. 그래서
 1620년∼1750년에는 약 325개의 레퀴엠이 발표되었다. 이 당시의
 작품으로는 하인리히 비버와 장 기유, 그리고 앙드레 캉프라 등의
 레퀴엠이 가장 사랑받는 것들이다.
 
   모차르트 시대에 들어서면 왕족이나 귀족, 또는 유명 인사의
 장례식을 위한 위탁 작곡이 늘게 되었고, 따라서 당시의 명망있는
 작곡가들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레퀴엠을 작곡하기도 한다. 고전주의
 시대의 가장 중요한 레퀴엠으로는 프랑수아 고섹·루이지 케루비니,
 그리고 비록 미완성이지만 역시 모차르트의 것이 꼽히고 있다.
 1760년에 작곡된 고섹의 ‘레퀴엠’은 대편성이며 낭만성을 지닌
 것으로서 후대의 레퀴엠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케루비니는 두 개의
 레퀴엠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 1817년 작곡된 C단조의
 ‘레퀴엠’은 낭만주의 시대의 대규모 작품을 예견하며,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과 의욕을 불러일으킨 또다른 걸작으로서의
 면모를 나타낸다.
 
   미사 음악이라는 장르가 상당히 쇠한 낭만주의 시대에도 레퀴엠
 미사라는 장르에서 풍겨나오는 근원적인 낭만성은 더욱 많은
 작곡가들을 매료시켰고, 그에 따라 1825년∼1910년 사이에는 놀랍게도
 620여 개의 레퀴엠이 작곡되기에 이른다. 이중 베를리오즈와 베르디의
 레퀴엠은 그랜드 오페라의 개념을 도입한 장대한 규모의 것이다.
 그밖에도 리스트·생상·브루크너·드보르자크 등이 레퀴엠을 남겼는데,
  이 작품들은 케루비니의 표본을 따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레의
 ‘레퀴엠’은 초기의 레퀴엠으로의 회귀와 진정한 안식의 의미를
 지니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독일 레퀴엠’이라는 장르도
 생겨나는데, 이는 루터교의 독일어 성서에서 발췌한 문장을 텍스트로
 한 레퀴엠들로서 하인리히 쉬츠·프레토리우스·미하일
 하이든·슈베르트, 그리고 브람스의 걸작에까지 이른다.
 
   레퀴엠의 비밀
 
   현대에 들어서면 자유로운 텍스트를 가사로 하거나 아예 가사 없이
 기악으로만 되어 가톨릭의 전례용으로는 부적합한 레퀴엠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1910년 이후 작곡된 400여 개의 작품 중에서 유명한
 것으로는 힌데미트·브리튼·비에르네·한스 베르너
 헨체·펜데레츠키·존 테버너 등의 것을 꼽을 수 있다. 비록 그 형식의
 자유화로 레퀴엠이라는 장르의 결속력은 희박해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레퀴엠에는 죽음을 뛰어넘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영원한 사랑이 담겨 있고, 듣는 이들은 그것을 듣고 마음 깊이
 공감하며 안도한다. 그 어느 레퀴엠을 들어도 마음 깊이 평화를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Dvorak Requiem in B-flat  minor op, 89
Conductor : Istvan Kertesz ( London Symphony Orchestra )
Performer : Nicholas Cleobury, Pilar Lorengar, Alan Byers, Robert Ilosfalvy

전곡 Play
01.   Requiem aeternam
02.   Graduale
03.   Dies irae
04.   Tuba mirum
05.   Quod sum miser
06.   Recordare, Jesu pie
07.   Confutatis
08.   Lacrimosa
09.   Domine Jesu Christe
10.   Hostias
11.   Sanctus
12.   Pie Jesu
13.   Agnus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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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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