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현악4중주 15번 in D minor K, 421
Wolfgang Amadeus Mozart ( 1756-1791 )
Music Player : Hagen Quartett


(20곡이 넘는 모차르트 현악4중주 가운데서 가장 독특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K421 d단조가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통해 여흥을 위한 장르로 인식되던 현악4중주의 격을 한층 높여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모차르트의 단조 음악이 그러하듯, 이 곡 역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멜랑콜리를 지니고 있기에 듣는 이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언뜻 들어보면 그 시대의 다른 현악4중주곡들과 마찬가지로 우아하고 아름답기만 한 음악인 듯하지만, 어느 순간 이 음악에 숨어있던 기묘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 곡의 비범한 매력에 이끌리게 될 것이다. 이런 독특한 느낌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 2악장의 ‘내향적 슬픔’과 유사하다. 그래서 알반 베르크 현악4중주단과 쌍벽을 이루는 하겐 현악4중주단도 모차르트의 K421을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와 함께 커플링 한 영상물을 선보여 두 작품의 정서적 유사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알반 베르크 현악4중주단은 당초 모차르트의 동기발전수법의 천재성이 나타난 K464를 첫 곡으로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연주여행 과정에서 K464의 간결한 논리성이 청중들에게는 다소 난해하다고 판단해 K421로 곡목을 변경했다. 베토벤의 논리적 동기발전수법을 예시한 K464 대신 슈베르트의 낭만적 멜랑콜리를 연상시키는 K421로의 변화는, 감수성이 풍부한 국내 청중을 위해서는 좀 더 적합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K464와 K421은 모두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들 가운데서도 음악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데, 이는 하이든의 영향 때문이다. 1782년 출판된 하이든의 현악4중주 작품33에 깊은 감명을 받은 모차르트는 선배 작곡가 하이든의 주된 영역인 현악4중주를 통해 그의 작곡기법을 시험해 보기로 하고 K421과 K464를 포함한 여섯 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다. 이 여섯 곡은 ‘하이든 4중주’라 불리며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본래 작곡 과정에서 거의 수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였지만, ‘하이든 4중주’에서만큼은 유난히 많은 시간과 수고의 대가를 치렀다. 그 치열한 노력의 증거는 자필 악보에 수없이 나타나는 수정의 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하이든에게 바치는 현악4중주의 헌정 서문에서 이 작품들을 가리켜 “오랜 시간 동안의 힘든 노작의 결실”이라고 기술하기도 했다. 그 노력만큼이나 하이든 현악4중주 여섯 곡은 특히 빛난다.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곡’을 가리켜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 완전한 자신을 발견했다”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모차르트가 K421을 작곡할 당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첫 아이 라이문트 레오폴트를 출산했다. 아내의 첫 출산으로 인한 불안과 생활의 변화는 분명 모차르트에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K421을 채색하고 있는 어두운 공허함을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1악장의 서두는 조용한 바이올린의 주제로 시작되는데, 그 어두운 불안감은 처음부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단조의 주제는 어느새 장조로 뒤바뀌며 기쁨으로 탈바꿈한다. 발전부에 이르러 단조와 장조, 슬픔과 기쁨의 미묘하고 급격한 변화는 더욱 복잡해지고, 이 과정에서 주제를 다루는 모차르트의 발전 기법은 섬세하고 용의주도하다. 조울증과도 같은 정서불안은 결국 재현부에 이르러 슬픔으로 결론을 맺는다.
우아한 춤곡을 연상시키는 2악장 안단테에서도 장조와 단조의 교차는 여전히 우리를 불안으로 몰고 간다. 주제는 매우 침착하고 우아하지만, 오히려 그 침착함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3악장의 미뉴에트는 반음계와 각진 리듬으로 노골적인 비장미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밝은 D장조의 중간 트리오 부분과의 대조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다시금 장?단조 교체의 불안정한 순환을 계속한다.
변주곡으로 돼있는 4악장은 시칠리아노 지방의 춤곡을 연상시키는 부점 리듬을 바탕으로 한 주제로 시작된다. 장?단조 순환의 고리는 피날레에서도 역시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변화 수법은 마법처럼 신비롭고 정교해졌다. 변주가 계속될수록 감정의 파고는 점점 높고 거칠어져 가고 마지막 코다에 이르러 슬픔의 절규로 폭발하면서 마침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슬픔과 기쁨의 순환을 벗어난다.

Mozart String Quartet No.15 D minor K, 421
Music Player : Hagen Quartett


전악장 Play
1악장   Allegro moderato
2악장   Andante
3악장   Minuetto (Allegretto)
4악장   Allegro ma non troppo - Più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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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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