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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20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in E major, Op. 109 (다니엘 바렌보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in E major, Op. 109
Ludwig van Beethoven ( 1770-1827 )
Daniel Barenboim Piano

3개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에 대해서 신트라는‘메드링크에서 여름을 보낸 후 마치 꿀벌처럼 악상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빈에 돌아오자마자 단숨에 써 내려갔습니다’고 쓰고 있는데, 여기서 `단숨에 써 내려갔습니다’는 것은 과장이고 실제로는 1820년부터 1822년 사이에 3개의 소나타가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곡은 그 서법의 유사성이나 악상의 내적 유사성은 있다 할지라도 개개의 작품이 각각 독립적이며, 다른 작품과는 아주 다른 성격의 독자적 세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로만 롤랑이 말하는 ‘여러 가지 정신적인 양상이 나타나 있다’는 것입니다. 
 

제1악장
비바체•마 논 트로포 ─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 ─ 템포 프리모 ─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 ─ 프레스티시모 (Vivace,
ma non troppo ─ Adagio espressivo ─ Tempo I ─ Adagio espressivo ─ Prestissimo)
소나타 형식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제1 주제와 제2 주제의 제시일 것입니다. 과거 베토벤의 작품에 있어서 주제의 제시에 대해 대단한 배려와 독창성이 있었던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 109의 주안점이 2개의 주제 대비에 있다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1개의 악장 안에서 전혀 다른 속도의 악절을 대비시키는 베토벤의 이 방법은 이미 옛날 본 시대의 막시밀리안 선후제에게 바쳐진 최초의 3개의 소나타 중 마 단조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초기의 <비창 소나타>에서 보다 완성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작품 109에서는 2개의 전혀 다른 개념이 한층 강조되어 2개의 주제가 대립되는 형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Vivace ma non troppo와 Adagio espressivo는 대비적인 성격으로, 그것은 베토벤이 말하는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그리고 정복하는 것과 간절히 원하는 것 등의 대립된 사상을 나타낸 것이기도 합니다. 베토벤 소나타에 관해 탁월한 강연 기록을 남긴 에드윈 피셔에 의하면, ‘이 곡에서 베토벤은 새로운 측면을 제시하고 있어 비바체와 아다지오의 상이한 점은 단순한 외견상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주조할 때 틀에 쇳물을 부어 한꺼번에 만들어 내듯이, 전체가 즉흥적으로 연주되어야만 합니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매우 오류를 유발하기 쉬운 견해여서 자칫하면 얄팍하고 감상적인 연주를 불러일으킬 위험성이 높은 발언이었습니다. 베토벤의 평상시 창작 신조에서 본다면, 2개의 주제는 외형상 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성격적으로도 아주 다른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제2 주제의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로 변하여 가는 부분은 얼핏 카덴차 풍으로 보이는 악절인데, 베토벤이 32분음표 혹은 64분음표로 잘게 나눈 음표에 강약과 악상 기호를 적어 놓은 점과, 이 부분의 마지막에 리타르단도 표시를 한 점, 또한 비바체의 재현 부분에서 템포 프리모 표시를 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부분은 일관되게 아다지오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전개부는 짧은 템포 프리모에 의해 시작되는 16마디부터 47마디까지이며, 제1 주제의 동기적 전개로 계속된다. 제1 주제의 복귀와 제2 주제의 재현은 형식대로 이루어져 코다가 첨가되면서 곡은 조용히 끝납니다. 원칙대로라면 이곳에서 악장은 완전히 종결되어야 하는 곳이지만, 베토벤은 의도적으로 악장에 끝세로줄을 쓰지 않고 단순히 겹세로줄을 썼으며, 악장은 제자리표에 의해 마 장조에서 마 단조로 변하며 극적인 프레스티시모로 돌입하게 됩니다. 꿈을 꾸는 듯한 악상의 조용한 종지 뒤에 출현하는 성급하면서도 어두운 정열적인 악장이 이루는 대비는 베토벤이 즐겨 쓰던 형태이며, <환상 소나타> 작품 27의 1 등에서 삽입적으로 사용된 스케르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여기에서 같은 악장 안에 마 장조 성격과 마 단조 성격의 대비를 동일한 선율 동기선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해설자들이 서로 다른 악장이라고 생각하는 이 프레스티시모는, 베토벤이 그곳에 악장의 끝세로줄을 쓰지 않았던 자필 원고와 같이, 그 곳이 실은 제1악장의 반토막인 셈이며, 오히려 처음의 즐겁고 따뜻한 악상에 의해 숨겨져 있던 본래의 핵심은 후반의 프레스티시모로 표현된 격정적인 부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악장인 아다지오 에스프레시보의 닫혀진 마음에서부터 분출하는 듯한 느낌의 악상과 연결되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제1악장에서 서로 다른 2개의 주제와 2개의 조성을 대비시키고자 의도하였으며, 그것은 다음 악장과의 대비를 통해 악곡을 구성하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제2악장
주제와 변주(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갖고 노래에 가득 차서) Gesangvoll, mit innigster Empfindung
많은 사람들이 제3악장이라고 생각하는 이 제2악장은 소나타 작품 109의 핵심입니다. 여기에서 베토벤은 그 자신의 힘들었던 인생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체념에 잠기게 된 그의 정신 상태가, 아득한 옛날의 좋았던 날들을 추억하며 무한한 생각을 담아 경건한 기도로 상승해 갑니다. 그것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주제로 후반에 <아득한 연인에게 바침>이라는 연작 가곡집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악절이 쓰이고 있어, 베토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먼 옛 일에 마음을 실어 그의 생각을 담아낸 것으로 여겨집니다. 주제의 선율 중 4개의 음렬은 어느 변주에 있어서도 처음에 배치됩니다. 나중에 슈만은 이 방법을 써서 <사육제>에서 ‘4개의 음 ASCH(A-E┒-C-B)에 의한 예쁜 풍경’을 부제로 삼아 작품을 썼습니다. 주제에 대한 변주곡은 6곡이 있으며, 제1 변주는 베토벤이 거의 쓰지 않았던 몰토 에스프레시보 표시가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변주로 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제2 변주 레지르멘토는 주제의 성격 변주로, 가벼운 음의 날아오름과 대조적인 조용한 악절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서도 2개의 악상 대비를 2중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3 변주 알레그로 비바체에서 베토벤은 왼손의 하행하는 빠른 악절에 대해 오른손은 반진행의 움직임을 구사하여 그 동기의 역진행을 교차 반복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짓궂은 장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제4 변주는 ‘주제보다 한층 느리게‘라고 제시하고 있어 느긋하게 춤 추는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우아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뒤의 악절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sf는, 신트라가 소유한 베토벤 필체의 정정•개정 악보에 의하면 그 위치가 움직여져 있는 것도 있어 베토벤의 자필보에 대한 판독이 충분하지 않은 예라고 볼 수 있는데, 짧은 음에 sf를 붙였다기보다 C음의 밀집된 화음에 붙이는 편이 훨씬 베토벤적이며, 앞뒤의 sf에 통일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5 변주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는 주제의 푸가 풍 전개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기를 대위법적으로 다룬 것이며 푸가라고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제시 방법은 제1악장을 희미하게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6 주제에서는 우선 주제 제시가 있고, 그것이 수적으로 분할, 세분되어 전개됩니다. 그것은 이윽고 최초의 저음부에 의한 긴 B음(시) 위에서의 트릴에 의해 고정되고, 마지막에는 오른손의 고음 트릴로 옮겨져 그 위에 <아득한 연인에게 바침>의 선율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하늘로 떠오르는 연인의 잔상을 보는 듯한 추억의 선율이 나타나 점점 희박해져 가다가 마침내 사라져 없어집니다. 마지막에는 다시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며 그대로 제시되는데, 그곳에는 지나간 나날들을 생각하는 베토벤의 무한한 체념이 그려집니다. 이 소나타는 막시밀리아나 브렌타노 양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막시라는 애칭을 지닌 이 소녀는 베토벤 만년에 그의 거처에 드나들며 베토벤의 신변을 적극적으로 보살펴 준 베토벤이 좋아하던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나타에 숨겨져 있는 베토벤의 생각을 떠올려 보면, 이 소나타가 당시 16살이었던 막시에게 바쳐졌다는 것은 조금 어색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제1악장의 주제 제시부 뒤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에서 3명의 여성이 타미노에게 부르는 가사 ‘왜 당신은 나에게 그리 차가우신가요?’라는 선율, 또 전개부에는 베토벤 자신의 가극 <피델리오> 중에 있는 로코의 노래 ‘나는 조금 있으면 무덤의 먹이’라는 가사의 멜로디를 인용하였다는 점에서 독일의 유명한 비평가 요아힘 카이저는 그 이유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제2악장에서 보일 듯 말 듯하게 인용된 연작 가곡집 <아득한 연인에게 바침>의 멜로디는 물론, 베토벤이 다른 곳에서는 쓰지 않았던 몰토 에스프레시보의 표정 제시를 그 제1 변주로 썼던 점등으로 미루어 보면, 그 당시 막시가 아무리 베토벤의 맘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16살의 소녀에게는 과분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누구였는가에 대한 긴 논쟁과 그 대상자의 변천에 의해 그 여인은 막시의 어머니였던 안토니 브렌타노 부인이었음이 최근에 추측 판명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로 인해 이 의미 심장한 아름다운 소나타는 더욱 새롭고 영원한 빛을 발하게 된 것입니다.

 

 

The Beethoven sonatas have been an important part of Daniel Barenboim's life and
repertoire for many years and he continues to perform them, both individually and
as a cycle. This is his second recording of the complete sonatas, and his first for DVD.
It is likely to become the definitive version of these seminal works.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노

Daniel Barenb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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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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