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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8 림스키코르사코프 (오페라) 사드코-전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사드코 Op. 5
Rimsky Korsakov ( 1844-1908 )
conductor : Nikolai Golovanov ( Chorus and Orchestra of the Bolshoi Theatre Moscow ) 1949년 모노음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음반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사드코’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오페라의
놀랍고 생기넘치는 아름다움에 반해 그의 오페라와 친숙해질 것입니다
 
흔히들 러시아의 오페라는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가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항상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과 음악을 담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오히려 이런 작품들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들이 지니는 치밀한 구조와 수준 높은 음악은 러시아의 오페라들 중 가장 돋보이는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성격을 보면 이런 진단은 음악 교과서에나 어울립니다. 그나마 차이코프스키의 ‘에프게니 오네긴’을 제외하면 밝은 부분이라고는 한 구석에도 없는 ‘명작’을 듣기 위해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스피커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일반 감상자들에게 좀 괴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민주화 이후로  낭만주의 시대의 오페라들이 속속 음반화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그동안 무겁고 침울한 오페라들을 통해 느껴왔던 암울한 역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도 듭니다. 이중에는 벌써 애호가들의 애청곡으로 자리잡은 곡들도 있습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15개나 되는 오페라를 통해 러시아의 전설과 민중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감미로운 멜로디의 틀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오페라의 소재를 대부분 민화·전설 등에서 따왔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일단 흥미를 끕니다. 그리고 ‘사드코’에서는 그에 걸맞게 한 부분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멜로디가 일품입니다. 밝은 색채의 화성도 이야기를 화려하게 꾸미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합니다.
 
오페라에서도 멜로디가 전개되기보다는 반복되는 이 작곡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데, 장면간의 변화가 뚜렷해서 지루함을 주지는 않습니다. ‘사드코’ 외에 ‘금계’ ‘눈 아가씨’ 등의 오페라도 그의 이런 특징을 잘 말해줍니다.
 
그 유명한 아리아 ‘인도의 노래’
사드코는 러시아의 고도(古都) 노브고로드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속의 인물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이미 이 전설을 주제로 해 Op.5의 교향시를 만든 바 있습니다. 이 교향시는 처음에 무소르그스키의 제안에 따라 시도되었습니다. 이후 2개의 오페라를 작곡하는 동안, 아니나 다를까 전직이 해군장교였던 작곡가에게 망망대해를 누비는 상인 사드코는 점점 그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실현하는 자신의 분신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전설에 완전히 매료된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마침내 1894년에 펜을 들어 2년 만에 오페라 ‘사드코’를 완성하고, 다시 수정을 가한 다음 1898년 모스크바에서 초연했습니다.
 
초연의 반응은 대단히 좋았습니다. 특히 이전의 러시아 오페라에서
인색하게 나타났던, 토속적이면서 귀에 바로 와 닿는 가락의 아리아들이 ‘사드코’에서 무한히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청중들의 넋을 잃게 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언뜻 보면 황당무계하고, 줄거리상의 개연성도 희박한 ‘사드코’가 듣는 이를 압도하는 마력입니다.
 
곡의 구성은 막 단위의 끊어지는 전개를 피하고 7개의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무소르그스키가 사용한 타블로(Tableaux) 형식을 본뜬 것입니다. 짧은 전주 속에서 A단조의 출렁이는 음들이 바다의 물결을 나타냅니다. 마치 바그너가 ‘라인의 황금’에서 쓴 것과 비슷합니다.
 
막이 오르면 노브고로드 길드에 소속된 상인들이 모여 연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키예프의 음유시인인 네자타의 영웅의 이야기가 끝난 뒤, 사드코가 나서서 “자신은 앞으로 큰 상선을 가지고 먼 바다를 항해해 큰 부자가 될 터이니 도와달라” 라고 동료들에게 간청합니다. 다소 건방진 내용이지만 구슬픈 멜로디가 심금을 울립니다. 곧바로 다른 상인들의 야유가 터지고, 1장은 화려한 재담꾼들의 익살과 잔치로 끝을 맺습니다.
 
이후 분하고 원통한 사드코는 일멘 호숫가로 가서 요정들에게 자신의 소원을 빕니다. 그러자 바다의 공주 볼호바가 나타나고, 그의 도움으로 사드코는 금으로 된 물고기를 낚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조강지처를 내버려둔 채 그는 그 능력으로 선원을 모으고 12년간의 항해를 통해 큰부자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5장까지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4장, 선원을 모으고 첫 무역의 행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바로 문제의 ‘인도의노래’가 등장합니다.
 
멀고 먼, 불가사의의 인도에는
바위 동굴 속에 수많은 다이아몬드
한낮의 바다에 수많은 진주가,
그리고 보배로운 루비석들
 
 
이렇게 시작하는 ‘인도의 노래’는 너무나 유명해 ‘사드코’를 모르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낯익은 곡입니다. 소프라노 음성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원래는 테너가 부릅니다. 그 다음에 ‘소녀의 얼굴을 한 불사조가 부르는 천상의 노랫소리는 모두의 기억을지워 버리리라’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비록 이 ‘기억상실’ 대목이 화근이 되어 인도는 여행지에서 탈락하고 낙점의 영예는 베니스로 돌아가지만, 노래만큼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마침내 용궁으로 불려간 사드코가 공주인 볼호바와 결혼식을 거행하는 5장은 극의 절정입니다. 하지만 식을 올리는 도중 나타난 조상의 유령의 명령으로 볼호바는 노브고로드의 강이 되고 사드코는 고향으로 금의환향, 아내와 친구들을 재회하는 기쁨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곡은 7개의 방면이 환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특별히 딱 잘라서 권할 만한 대목을 떠올리지 못할 만큼 서정적이고 활기있는 합창과 아리아가 고르게 분배되어 있습니다. 이 음반을 처음 들을때, 우선 ‘인도의 노래’를 듣고 싶을지 모르지만 신비스런 전주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차분히 곡을 즐기길 권합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이름 없는 아리아들이 듣는 이를 깊은 해수에 잠기게 했다가, 이내 힘찬합창이 마음을 들뜨게 할 것입니다.

Rimsky Korsakov "musical tableau" Sadko Op. 5
conductor : Nikolai Golovanov ( Chorus and Orchestra of the Bolshoi Theatre Moscow ) 1949년 모노음반

전곡 Play
paint  Jamie Evr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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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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