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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4 말러 교향곡 4번 in G major (카라얀)


말러 교향곡 4번 in G major
Gustav Mahler ( 1860-1911 )
Conductor :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


말러의 교향곡 제4번에는 그의 다른 교향곡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고통의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듯합니다. 교향곡
제1번으로부터 제3번에 이르기까지 점차 교향곡의 규모를 확장시키고 복잡한 표제를 달아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곤 했던 말러가, 이제 교향곡 제4번에 이르러서는 악기 편성을 대폭 줄여 순수하고 투명한 관현악의 색채로 천상의 삶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과연 이 교향곡에서 진정으로 천국의 평화를 찾았던 것일까요? 썰매 방울의 경쾌한 울림으로 시작되는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우리는 순수한 천상의 삶을 쉽게 연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노래하듯, 때로는 장난치듯 다채롭게 전개되는 일곱 가지 아름다운 주제들은 때 묻지 않은 동심과도 같
이 순진무구합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발전부에 이르면 제시부에 소개되었던 사랑스러운 주제들이 차츰 이상한 모습으로 왜곡되기 시작하고 음악적인 분위기는 끊임없이 돌변합니다. 4악장 “천상의 삶”의 핵심이 되는 천국의 주제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잠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곧 일그러진 형태로 타락해가고 불협화음의 클라이맥스로 폭발합니다.

그 뒤를 이어 트럼펫이 나타나 나중에 제5번 교향곡 1악
장의 장송행진곡 모티브가 될 불안한 팡파르를 연주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혼란 속으로 추락하고 미궁으로 빠지는 순간, 전 오케스트라는 갑작스럽게 멈추어 버립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이올린이 제시부에 소개했던 제1주제의 후반부를 연주하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되돌아갑니다. 이 놀랍고도 극적인 반전 속에서 말러 음악이 지닌 이중성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말러는 분명 그의 1악장에서 천상의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항상 지상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삶의 그림자가 뒤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2악장에서 이 어두운 그림자는 좀 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동화적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그것은 깡깡이를 연주하는 저승사자의 모습입니다. ‘하인’(Freund Hain)이란 이름의 이 불길한 인물은 독일의 민담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로서 겉보기에는 깡깡이를 연주하며 떠돌아다니는 거리의 악사일 뿐이지만, 그가 연주하는 깡깡이 소리는 우리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시무시한 음악입니다. 한 음 높게 조율된 솔로 바이올린이 자극적인 음색으로 기묘하고 불안정한 선율을 선보이면 가끔씩 목관악기가 끼어들어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러나 트리오 부분에서 등장
하는 유쾌한 클라리넷은 선율은 죽음의 깡깡이가 퍼뜨린 불길한 음악과는 상관없이 삶의 기쁨을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로 시작되는 3악장의 도입부는 이제 환희를 넘어선 명상의 차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성 우르술라의 미소’라 불리는 이 악장은 말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인자한 미소와도 같이 한없이 편안하고 포근합니다. 그러나 오보에가 탄식하는 듯한 선율을 쓸쓸히 연주하면서 평온했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평온과 탄식의 투쟁은 변주곡이 되어 끊임없이 되풀이되면서 점점 더 심한 갈등으로 빠져듭니다. 아다지오에서 안단테로, 다시 알레그레토, 알레그로, 그리고 다시 안단테로 템포가 급격히 바뀌고 갈등은 극한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E장조의 으뜸화음이 포르티시시모로 울려 퍼지고 바이올린이 32분음표의 아르페지오로 환희를 표현하면 이 모든 번뇌와 투쟁은 모두 사라지고, 드디어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립니다.
 
4악장에서 우리는 비로소 천상의 삶에 도달한다. 티 없이 맑은 소프라노는 먼저 천국의 즐거움에 대해 노래합니다. 한 편으로는 평화롭고 평온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기쁨으로 용솟음치는 천국의 즐거움은 두 가지 음악으로 묘사됩니다. 말러는 마치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순수하고 적나라하게 천국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천국의 땅은 젖과 꿀이 넘쳐흐르고, 그 창고에는 포도주가 가득하며, 정원에는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뛰어 놉니다. 그리고 이제 ‘천국의 음악’이 들려옵니다. 지상의 어떤 음악과도 견줄 수 없는 신비롭고 복된 음악이… 말러가 바라 본 천국의 모습은 지나치게 소박하고 순진합니다.

또한 그는 천상의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면서도 항상
지상의 고통스러운 삶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말러가 그의 교향곡 4번에서 진정으로 평화를 찾았다면 그는 왜 자꾸만 고통과 탄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가?어쩌면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처럼 말러 교향곡 4번은 삶에 담긴 모순과 이중성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꾸며낸 한 편의 ‘동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천진난만하고 어린이답게 묘사된 천국의 모습, 동화책 속의 그림에나 나올 법한 저승사자의 기묘한 캐릭터,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썰매 방울 소리… 말러는 그의 교향곡 4번에서 이러한 음악적인 동화를 선보이며 ‘삶은 한 편의 동화일 뿐이야’라고 말하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Mahler - Symphony No.4 in G major    Conductor : 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
전악장 Play
1악장   Bedachtig. Nicht eilen
2악장   In gemachlicher Bewegung. Ohne Hast
3악장   Ruhevoll
4악장   Sehr behaglich
Herbert von Kara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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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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