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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8 브루크너 교향곡 00번 in F minor 'Study Symphony' (타이너)


브루크너 교향곡 00번 in F minor 'Study Symphony'
Anton Bruckner ( 1824-1896 )
Conductor : Georg Tintner ( 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


1863년에 완성한 것으로 마흔이라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첫 교향곡 그것도 '습작(Study Symphony)'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거듭하는 소심한 성격에 있어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라이벌로 대립해야했던 브람스와 닮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브루크너의 마지막 음악 스승인 오토 키츨러(Otto Kitzler)가 작곡 수업의 마지막 단계로 브루크너에게 부여한 숙제이기도 한데, 그가 요구한 것은 연주회용 서곡, 합창곡, 교향곡 이렇게 세 종류였고, 브루크너는 졸업작품의 하나로 이 f단조 교향곡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 쌓아왔던 실력을 모두 발휘해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키츨러에게 그리 큰 칭찬은 받지 못했고, 스케르초 악장만은 무척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얻어냈습니다. 키츨러가 이렇게 칭찬에 인색했던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작곡가로서 브루크너라는 인물은 아직 자신의 독특한 색채와 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가슴은 음악의 열정으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그 용광로 속에 모차르트, 슈만, 바그너 같은 선배 작곡가들의 단편들을 마구 받아들이고 있기는 했지만 그 재료들을 완전히 녹여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섬세한 기술과 연륜이라는 연료들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구하기 쉬운 틴트너(Naxos)의 음반을 모델로 삼아 브루크너의 처녀작에 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선배들의 편린들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첫 악장은 제1바이올린이 흥겨운 주제를 선창하고, 오케스트라 총주가 바로 뒤따라 등장하고 있는데, 이 주제들을 발전, 전개시키는 과정에서 바그너의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의 3번 교향곡이 '바그너'라는 부제로도 유명하지만, 음악적으로만 살펴본다면 3번을 마지막으로 바그너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 것에 더 가깝고, 그 이전 작품들에서 오히려 바그너의 숨결들이 더 짙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그너라는 도장이 가장 선명하게 찍혀있는 곳은 2:38 무렵으로 트럼펫과 호른의 행진곡풍의 멜로디가 등장하고, 현악기들이 잔 음표들로 따라붙는 두 번의 반복에서 '마이스터징거'를 금방 연상할 수 있습니다. 또, 피날레 부분에서 한 번 숨을 죽이는 것으로 마지막 폭발의 찬란함을 돋보이게 하는 수법이나 오케스트라의 울림은 슈만의 교향곡에서 많이 보던 모습들입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번갈아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 느린 2악장에서도 슈만의 그림자가 짙습니다. 2분 여부터 현의 저음 위로 목관들이 어울리는 부분이나 4:30에서 들려주는 두터운 화성의 오케스트라 총주의 색감은 슈만의 그것과 거의 똑같습니다.
클라리넷과 바순이 문을 열고 있는 스케르초는 그의 후반기 작품들에서 들을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부점 리듬이 주를 이루고 있는 무곡 풍의 주제와 트리오가 병합된 브루크너 특유의 스케르초 양식은 이미 이 당시부터 확실하게 굳어져 있던 것이 확실합니다. 만약 제목을 모르고 듣던 중이라면 앞의 두 악장까지의 스타일로는 그 향방을 종잡을 수 없었어도, 스케르초의 시작과 함께 브루크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단히 감각적인 스케르초에 비해 마지막 악장은 정리가 덜 되어 있는 습작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승으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브루크너 스스로 이 악보들을 없애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도중에도 앞선 작품들을 또 손질하고 했던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이 작품 역시 언젠가는 더 개선시켜볼 의향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질적인 개작은 없었고, 1893년 판본에 기초한 노바크 에디션(1973년)이 유일한 악보입니다.

Bruckner - Symphony No, 00 - Conductor : Georg Tintner ( 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
전악장 Play
1악장   Andante molto
2악장   Finale_ Allegro
3악장   Scherzo_ Schnell
4악장   Allegro molto vivace
Georg Tin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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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멸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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